제니, 주노 (2005)




논쟁적 실패작 <제니, 주노>

얼마 전 재미있는 설전이 목격되었다.
한 친구의 불만은 이런 것이다. 고등학생 커플의 "아기수호작전"을 다룬 영화 <제니, 주노>에 기획부터 분노하며 항의했던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얼마 전 한 유명 개그맨이 실제로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나이에 아빠가 되었다는 현실에는 큰 격려와 사랑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제니, 주노>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은 상당히 거셌다고 한다. 더구나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압도적이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동참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극장흥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풍문이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대중들의 모습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네티즌들에게 대한 양면성, 또는 큰 목소리에 휩쓸리는 가벼움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로 넓게 해석될 수 있었다.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 땅에서 아직은 "쉽지 않은" 논쟁적 소재를 영화화 한 제작사 측의 용기를 높이 사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크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전자의 경우는 픽션이라는 명확한 전제 하에 만드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 중 낙점 된 하나이고, 무엇보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업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빼어난 작가주의 영화, 급박한 메시지를 담은 사회성 영화라도 흥행(관객 또는 수익)에서 온전히 독립적인 영화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찌 형태적 닮음이 있고 없고를 떠나 한 사람의 현실적 삶과 비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처음 <제니, 주노>란 영화의 제작 정보를 받게 되었을 때, 느꼈던 알 수 없는 거부감을 회상해 보았다.
당시로서는 단순히 고등학생 커플, 출산이라는 핵심어들만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불쾌했음은 사실이었다. 아마 영화 소개에 강조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어린 신부>의 제목이 더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집안 어른의 유언에 따라 대학생 청년과 여고생이 결혼을 한다는 설정의 이 영화 역시 나에겐 전혀 매력적인 부분이 없는 상업영화로서 아직까지도 보고 싶지 않은, 그래서 보지 않은 영화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어린 신부>는 나중에 결국 그 알량한 소재마저 홍콩의 유명영화를 표절한 것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 <제니, 주노>의 정보를 보고 "아이들을 성적으로 이용해 돈맛을 본 영화사가 이번엔 아예 작정을 했나보다"란 것이 당시 나의 솔직한 조금 과장된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지 않고 무엇을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위 처음 친구의 이야기처럼 (매우 힘든 확률이지만) 10대 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진솔하고 객관적으로 그렸을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낸 천재감독의 손길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더구나 그것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시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그래서 나는 동안 내키지 않았던 이 영화를 한 번 봐야겠다는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드디어 논쟁적 화제작 <제니, 주노>가 비디오와 DVD로 발매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나는 하던 일을 제쳐두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영화의 중반까지 어쩌면 나는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테스트를 통해 임신을 알게 된 어린 엄마 '제니'와 이 사실을 전해들은 어린 아빠 '주노'의 모습은 주변에서 실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로 살아나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임신 사실을 전해들은 '주노'는 '제니'를 피하기 시작한다. 화장실 안에 홀로 서서 (진짜 어린애처럼) 눈물을 짜기도 하고 엄습하는 두려움에 몸을 떨기도 한다.

또 당연히 이 영화는 낙태라는 쉽지 않은 논제 역시 '가볍게' 수용한다. 이는 철없는 두 주인공이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결국 둘 만의 비밀을 간직한 '제니'와 '주노'는 자신들만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지만 이곳에서 역시 고립되는 냉정한 현실을 확인할 뿐이다.
생명잉태라는 거대한 사건을 맞닥뜨린 두 아이의 순박한 모습은 어쩌면 이 영화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무책임한 영화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위안을 갖게 한다.
또 '제니'의 임신 소식을 전해들은 양가 어머니들의 상황과 묘사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배우들의 연륜에서 오는 명연기였건, 치밀한 사전 준비와 시나리오 작업의 결과었던 간에 보는 사람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인 것이 사실이었다.
넉넉한 집안, 행복한 가족, 해맑은 학교생활 같은 그들이 살고 있는 "꿈결같은 세상"이나 어른들의 소극적 현실감각은 영화라는 기본적 전제 하에 덮어두기로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에 접어들며 스스로 무덤을 파는, 또는 드디어 사악한 본색을 드러내는 치명적 오류를 단행한다. 동안 신중하고 어렵게 쌓아왔던 가느다란 진실성과 설득력은 위태롭게 무너져 내리고 만다.
거대 뮤지컬 세트와 규모를 능가하는 아이들만의 어이없는 결혼식 장면. 황당하다 못해 쓴웃음을 짓게 하는 택시 추격전은 잠시나마 마음을 열었던 관객들을 배신하는 사악한 해프닝으로 보는 이의 악의까지 불러일으킨다.
도식적으로 청소년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임이 명백한 이런 환타지는 애초 이 영화가 가장 염두에 둔 것이 무엇인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마치 '재인'과 '주노'라는 이름이 <제니, 주노>로 변질되었듯 그들의 위태롭고 고귀한 성(性)은 이렇게 어른들의 손에 새롭게 착취당한 것 이상이 아니다.

결국 이야기는 순식간에 무책임하게 마무리된다.
영화는 철거되는 영화 촬영 세트의 모습을 통해 이것이 영화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축복송" 합창으로 생명의 고귀함을 부르짖으며 스스로를 알량하게 변호한다.
하지만 이런 뒤늦은 수습이 영화의 논쟁적 오류를 위로하지까지는 못한다. 되려 <제니, 주노>란 영화에 몰렸던 많은 네티즌들의 우려가 그렇게 무례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확증이 될 뿐이다.

사회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또 다른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대중들은 이런 무수한 논쟁의 틈바구니 속에 점차 굳건해지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시발점을 쫓아가고 본체를 검증하며 그 진위여부에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물론 논쟁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흥미 또는 신뢰에 대한 반응은 이미 그 전에 판가름날 부분이다.
영화계에서 역시 이런 논쟁들이 쉽게 관객들의 시선을 받아왔고, 영악하게 이용한 전례가 적지 않다.
한국영화 검열 철폐 후 처음으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던 영화 <노랑머리>나 황색 저널리즘과 수없이 내통했던 '한지일'이 제작한 에로영화들(<젖소부인 바람났네>, <마가씨> 등)은 진위 여부를 떠나 부정할 수 없는 상업적 성공을 경험한 경우들이다.

<제니, 주노> 역시 결국엔 영화를 경험하는 관객 개개인 스스로가 영화의 가치를 정의해야할 텍스트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극장 관객동원규모를 볼 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대다수의 관객들은 경험으로 습득한 본능으로 이 영화의 아우라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계나 관객들 모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이런 비생산적 전례들은 앞으로도 끝없이 쏟아져 나올 졸속 기획영화들에게 큰 교훈이 되어야만 한다.


# 제니, 주노
2005년/ 한국/ 102분/ 로맨스, 코미디
감독: 김호준
출연: 박민지, 김혜성, 김자옥, 이응경
VHS 발매: 2005.04
홈페이지: www.jj200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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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크 | 2005/04/17 05:23 | Something Old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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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sty Rail at 2005/04/17 17:01
전 안봤습니다,.
Commented by 다아크 at 2005/04/17 17:23
^^^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저도 일이 계기가 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셨지 싶네요.
Commented by Rusty Rail at 2005/04/17 18:27
그래도 평까지 달아주시고
비디오라도 사람들이 빌려보겠는걸요! 다아크님의 영화평을 읽고...
Commented by 다아크 at 2005/04/18 02:06
^^^;;
영화 평이랄꺼 까지야...

영화를 선택하고 느끼는 것은 개인의 몫이니까요.
Commented by 이거봤는데;; at 2005/08/31 14:23
이거봤는데요;; 별로 안 잼씀 -_-... 제니,주노 -_-
Commented by 제니 at 2016/11/16 19:46
중학생들이 등장인물이고 실화를 바탕으로한 인터넷이야기를 가져와 만든작품입니다. 결론은 저영화는 픽션이아닌 실제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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